INTERVIEW : BEKEI KIM
인터뷰 : 비케이 킴
안녕하세요.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저희 슬로우스테디클럽에서 진행하고 있는 갤러리 서비스인 HUGE BOOTH (휴즈부스)의 3번째 주인공 BEKEI KIM씨와의 인터뷰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그의 생각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비케이 킴 (BEKEI KIM)
국가
대한민국 (KOREA)
크레딧
글 김동희
프롤로그

 

 

Q1. 안녕하세요. BEKEI KIM(이하 BEKEI)씨 간략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A1. 저는 BEKEI(비케이) 라는 이름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요, 아이폰이나 디지털 매체로 그림을 그리고 있고 거기에 한정되지 않고 아크릴이나 콜라주로도 작업하고 있습니다.

 

 

Q2. 저희가 알기론 그림을 전공하시지 않으셨다고 알고있는데 사실인가요?

 

A2. 네, 그림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평생 그리고 살아야겠다는 열정을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어떤 전공을 하든지 간에 그림을 평생 그리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공으로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 그림에 대해서는 배우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배운다는 것 자체가 제약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고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아 힘들다 이런 배우는 스트레스 없이 최대한 자유롭게 하고 싶었어요.

 

 

Q3. 그림은 왜 평생 그려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A3. 그림 그리는 게 어렸을 때부터 재밌었어요. 학창시절에도 수업시간에 모퉁이 같은 곳에 낙서를 즐겨 했고… 근데 사람들이 낙서하는 걸 좋게 보지는 않잖아요? 근데 저는 그 순간이 제일 재밌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계속 키워가고 싶었어요.

 

 

 

Q4. 평소 작업하실 때 어떤 생각으로 하시는지?

 

A4. 그림을 처음 그려야겠다고 마음 먹은 거는… 군대 있을 때 스케치를 매일매일 했었거든요. 제대하면 이걸로 조금씩 사람들에게 보여줘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매일매일 드는 생각이나 뭐 잡념들을 일기 쓰는 마음으로 그려왔고 제대하고 난 후에 블로그나 SNS에 그동안 모아뒀던 스케치들을 채색해서 조금씩 조금씩 올렸는데 그걸 좋게 봐주신 분들이 계셨고 다르게 써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오더라고요.

잡지 같은 곳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 좋게 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Q5. 웹사이트 보니깐 그림의 느낌이 연도별로 조금씩 다른 것들이 있더라구요. 한가지 스타일을 고수하시지는 않으신가봐요.

 

A5. 매년 굵은 맥락이 조금씩 다른데 만약에 제가 어떤 한가지 스타일을 고수해서 그려왔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었을 수도 있고 유명해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아직 제 그림체나 생각들을 픽스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직 더 공부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미대 다니시는 분들은 학기 동안 수업을 이수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도 제 나름대로 커리큘럼을 정해서 그림을 그려오고 있어요.

 

 

Q6. 그럼 본격적으로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시기로 언제를 생각하시나요?

 

A6. “어느 시점에서 한 가지 그림체를 고수해야겠다” 뭐 이런 생각들은 아직 없는데, 제가 무의식적으로 그냥 그려도 한가지 스타일이 될 수 있는 단계가 온다면 그때가 될 것 같아요. 굳이 제가 이 스타일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좀 약간 외부적인 요인에 타협하는 거잖아요. 근데 제가 무의식적으로 어떤 걸 그려도 그게 어떤 저의 철학에서 나온 거고 그게 저의 그림체가 된다면 그때가 저의 아이덴티티가 온전하게 구축되는 단계일 것 같아요.

 

 

 

 

Q7. 최근 작업들 보면은 약간 우울하기도 하지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위로가 되고 따뜻한 느낌의 그림들이 있더라구요. 어떤 계기로 이러한 작업들을 하게 되신거죠?

 

A7. 제가 고민이 많을 때 그림이 더 잘 그려지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요. 그냥 개인적인 제 생각에서 나오는 그림들이기 때문에 아마도 제가 우울했던 순간들이 많았던 게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항상 밝고 예쁜 그림들보다는 우울할 땐 우울한 그림을 그리고 즐거울 땐 즐거운 그림을 그리는 게 가장 솔직한 순간인 것 같고… 그 우울한 순간이 계속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람이 우울할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는데, 그 우울한 순간까지 긍정적이고 웃어라 하는 것보다는 우울한 거를 오히려 표출하고 표현하는 게 제 자신한테도 위로가 되고 보는 사람들한테도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Q8. 그렇다면은 남자는 태어나서 3번 운다라는 말에는 전혀 공감을 못하시겠네요?

 

A8. 하하하..뭐 슬프다고 매번 울지는 않습니다.

 

 

 

Q9.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희 슬로우스테디클럽에서 전시중인 REDMAN IN THE ROOM(이하 레드맨)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이 작품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A9. 레드맨 시리즈는 제가 꿈을 모티브로 그린 것들을 시리즈로 묶은 건데요, 꿈 내용은 모든 게 붉은 색인 어떤 방을 걷는 꿈이었어요. 꿈속에서 걷다가 미끌미끌한 벽을 마주하였는데 그 벽을 봐도 온통 붉은 색이어서 구분이 안 가더라구요. 나중에 보니 그 벽이 거울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옷도 피부도, 그리고 저 자신도 빨갛고 해서 그 방에서 전혀 제가 구분이 안됐던 거예요. 그 꿈에서 깨서 뭔가 그 꿈의 의미나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다가 좀 더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그림으로 표현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붉은 방에 있는 빨간 사람이라는 시리즈로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BEKEI의 REDMAN IN THE ROOM

 

 

Q10. 작품 설명을 보면 “불특정 타인들이 만들어 놓은 환경에 익숙해져버린 이들은 너무 쉽게 자신의 가치관을 그것에 맞춰버렸다”라는 내용이 있는데요, 여기서 이들은 현대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현대인들이 자신의 색깔을 쉽게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10. 네. 먼저 저 개인적으로 제가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고, 제 주변에서도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한 표현을 해보자 해서 한 시리즈입니다. 그 현대인이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큰 게 , 항상 큰 게 중요한 시대이잖아요. 큰 자본, 매스미디어 또 큰 흐름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작은 것에 소속돼 있는 것들을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잖아요. 근데 어떻게 보면 현대인들은 그 작은 작은 구성원들인데 큰 회사의 큰 흐름이나 뭔가 큰 트랜드에 맞추다 보면 그 작은 구성돼 있는 그런 것들이 무시당하기 엄청 쉬운 구조기 때문에 자기 색깔을 잃기 쉽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Q11. 문화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A11. 네. 문화의 다양성이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잖아요. 근데 그런 것보다 큰 트랜드에 휘말려가는 그런 것들. 그리고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뭔가 어떤 것들을 결정하고 선택할 시간이 충분히 없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어떤 것이 예쁘다 이런 것들이 이미 정해져서 사람들에게 주입되는 느낌이기 때문에, 특히 한국 사회에서 더 자기 자신을 잃는 경향이 크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Q12. 특히 한국사회라.. 유학 생활하면서 느낀건데…    

 

A12. 아! 다른 나라도 그런가요?

 

 

Q13. 아, 아니요, 확실히 그런 큰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받는 것 같진 않았어요. 압박 안 받고 천천히 고민해보고 충분히 경험하려고 하더라구요. 한국 사회였다면 남들보다 뒤처지고 생각이 없다고 비칠 수도 있었을텐데… 뭐 일반화할 수 없지만 저 학부시절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A13. 그냥 쉽게 예를 들어도,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 이런 것들이 있으면, 어렸을 때부터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좋은 직장 구하고… 그렇게 살아야지만 인정받고 한국 사회에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너무 당연하게 자리 잡혀 있었어요. 뭔가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게 살면, 뭔가 바르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 느낌? 그런 것들이 저희가 고민해볼 시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에 치이면서 본인 선택에 대한 후회가 생기기 시작할 때, 그제야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그걸 선택할 수 있는 단계에서부터 어떤 삶이 본인에게 맞을지에 대한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Q14. 그런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하시는 것 보면 그래도 BEKEI씨는 학창시절에 공부는 잘 하셨겠네요. 하하!

 

A14. 하하하! 아니에요. 저도 남들이 짜 놓은 가치관에 맞추기 위해서 되게 열심히 노력하고 살았고요. 오히려 그림을 그리면서 그런 것들에 벗어나서 이런 것들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15. 자신의 색깔을 찾아야 겠다고 생각이 든 결정적인 계기가 있을까요?

 

A15. 이 사회의 시스템이 딱 이렇게 행동하라는 그 지침대로 행동하고 있었는데 그거는 제가 원하는 게 아니라도 그 시스템 안에 있는 구성원이니까 그렇게 행동하게 돼 있잖아요. 근데 그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남들이 봤을 때는 너도 똑같은 사람이야 이렇게 얘기를 듣는 순간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나는 그 시스템 안에 구성원이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 건데 타인이 봤을 때는 저도 그냥 똑같은 사람일 뿐인 거예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Q16. 왜 이런 획일화된 색깔이 계속 나타난다고 생각하세요? 

 

A16.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일단은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교육에 관한 얘기인데 , 뭔가 내용을 주입하기 전에 선택하고 판단할 생각을 줘야 하는데 이미 정해놓고 그 주입되는 것들이 너무 많고 그리고 그런 것들의 관성에 젖어서 딱 변화를 시도하기 두려운 거죠. 뭔가 계속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거를 깨고 다른 행동을 하기엔 그 사람들이 두려운 마음이 있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Q17. 거창해 보이는 질문일 수도 있지만 그냥 모두의 생각이 궁금해서 여쭤보는거니 편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네요. BEKEI씨에게 예술이란? 

 

A17. 제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아직은 제 자체 커리큘럼 과정을 밝고 있는 학생이라서 지금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10년 뒤에는 또 다른 답변을 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18. 저는 그게 되게 당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A18. 제가 지금 생각하는 예술이란 거에 대한 정의라기보다는 역할은 생각이 응고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든 아저씨도 어린 아이처럼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드는 그런 매개체가 되는 게 예술이 되어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Q19. 축약하자면 꼰대방부제 정도 되는 건가요?

 

A19. 하하하! 단순히 뭔가 예쁜 걸 만들기 전에 그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하는 것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Q20. 그러면 예술 작품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A20. 네, 왜냐하면은 보는 이가 있는 이상 어떤 타인의 영향을 배제하고 자기감정이나 생각만의 표출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편협한 생각이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이상 그 영향력에 대해서는 무조건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쉽게 공유 될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누구나 쉽게 글을 써서 책을 낼 수도 있고 SNS에 공유할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잖아요. 이런 시스템 안에 있을 때 그런 것들이 타인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력, 그리고 자기 글들이나 그림들이 공유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BEKEI의 REDMAN IN THE ROOM

 

 

Q21. 이번에 레드맨 시리즈에 대한 주변의 반응이 좀 궁금한데요.

 

A21. 한번 인터넷에서 반응을 살펴봤는데, 슬로우스테디클럽에서 열리는 이런 작고 소소한 전시가 좋다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역시나 어려웠다 이런 글들이 있더라고요. 근데 제가 생각하는 내용은 엄청 심플한 주제였어요. 환경이랑 자신이랑 동일시되는 거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갖자 이런 내용이었는데… 설명서에 어떤 꿈 이야기나 그런 미사여구가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너무 힘들었나? 아니면 좀 더 그 주제를 어필할 수 있는 그림이 조금 모호했나? 이런 것들이 생각은 들더라고요.

 

 

Q22. BEKEI씨가 개인적으로 생각하시기에는 대중들이 레드맨 시리즈를 보았을 때 쉽게 주제를 이해하고 공감하실거라고 예상하셨나요?

 

A22. 전 텍스트가 필요한 그림이라고 생각하고요. 적어도 그림을 보면 왜 공간이 빨갛지? 사람 손도 빨갛네? 이런 호기심을 가지는 것부터가 어떤 감상이나 생각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뭐 사람 옷만 빼고 사람이 빨갛네 그렇게 호기심을 가졌는데 작품 설명을 보면 그런 의문이 들었던 것이 해결될 수 있는… 그렇게만 돼도 만족할 것 같아요. 그림으로만 모든 걸 어필하기에는 그림이 조잡해질 수도 있고 뭔가 그림으로만 제 생각을 전달하기 어려울 때는 글을 같이 써서라도 공감시키는 것이 굳이 나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서요.

 

 

Q23. 작품 자체로써 표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예술작품은 어떤 고민이나 생각의 흔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금 말씀에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A23. 그림으로 작은 호기심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Q24. 앞으로 예정이 어떻게 되나요?

 

A24. 예정된 전시는 6월부터 이태원의 APT라는 곳에서 2주간 전시가 계획되어 있고요, 그냥 지금처럼 슬로우하고 스테디하게 그림을 그려나갔으면 합니다.

 

 

Q25.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A25.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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